엘리베이터

 

 

해준백기. 사망주의. 미생 전력 60분 엘리베이터.

 

 

 

 

 

잠시만요! ....” 닫히기 직전의 엘리베이터를 겨우 잡은 백기는 엘리베이터 안의 사람을 보고 표정을 굳혔다. “대리님.” “장백기씨.” 부모님을 이기지 못해 결국 저를 버린 남자 강해준. “안탑니까?” “아니요.” 엘리베이터 앞에 선 백기는 그 안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해준에게 당신 때문에 힘듭니다 하고 보여주고 싶지 않았기에 떨어지지 않는 발을 억지로 엘리베이터 안에 넣었다. 문이 닫히고 엘리베이터가 올라가고 바뀌는 층수를 보면서 백기는 예전엔 짧게만 느껴졌던 시간이 이젠 참 길어졌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허탈하게 웃었다. 저를 바라보는 해준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애써 무시하고 장백기씨 요즘..” “대리님이 신경 쓰실 일은 만들지 않고 있습니다.” “..” “신경 쓰지 말아주세요.” 버렸으면 돌아보지 말아주세요. 아무 희망도 가지지 못하게. 하루 빨리 나도 대리님을 버릴 수 있게. 속으로 말하며 백기는 해준의 입을 막아버렸다. 무거운 침묵 속에서 엘리베이터는 15층에 도착했고 열린 문 앞에는 석율, 영이, 그래가 있었다. , 살겠다. 영이씨, 그래씨. 반가운 얼굴에 백기가 웃으며 엘리베이터를 나서려는 순간

! 백기씨! 강대리님!

엘리베이터는 커다란 소리는 내며 반 층 이상 미끄러져 내려갔다. “백기씨! 백기씨 괜찮아요?” “강대리님 괜찮으세요?” “누가 사람 좀 불러! 119!” “무슨 일이야? ? 야 강해준 너 괜찮아?” 순식간에 15층은 아수라장이 되었고 석율과 소란에 뛰어나온 성준은 어떻게든 엘리베이터 안의 해준과 백기를 살피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괜찮아. 백기씨도 정신을 못 차리긴 하지만 괜찮고.” 엘리베이터가 미끄러지기 직전 이상한 기분에 백기를 끌어안은 해준이 답을 했다. 백기는 해준의 말처럼 쉽게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백기씨 정신 차려요.” 대리님이 아니었다면 저 문에.....하얗게 질린 백기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고 백기를 이대로 놔두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해준은 백기의 얼굴을 가볍게 때렸다. “장백기씨!” “!” “이제 정신이 좀 듭니까?” “.. 대리님 고맙습니다.” 정신을 차린 백기는 해준에게 떨어져 나와 불안한 눈빛으로 엘리베이터를 살폈고 해준은 사람을 불렀으니 금방 해결 될 것이라 백기를 달랬다. 두 사람 다 무사함이 확인되자 엘리베이터 밖의 분위기도 어느 정도 가라앉았고 백기는 엘리베이터가 미끄러지기 전에 그 앞에 있던 영이, 석율, 그래의 안부를 물었다. “우린 다 멀쩡해요.” 울음 가득한 목소리로 영이가 답을 해왔고 미안해요 놀래켜서. 나가면 밥 한번 살게요. 하는 백기의 달램에 석율과 그래가 우리도 놀랬다고 우리도 챙기라며 백기에게 투덜거렸다. 성준 역시 나도 놀랐다며 나오면 두고 보자고 엘리베이터 안의 두 사람이 진정 할 수 있도록 힘을 썼다. 그렇게 겨우 겨우 안과 밖이 모두 진정되고 5분이면 119가 도착한다는 소리에 다들 안심하고 있을 때 안돼!!!!” 하늘이 무심하게도 엘리베이터는 다시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이거 놔! 이 소시오패스 새끼들아 사람은 살려야 될 거 아니야!!!” “119 왜 안와? 빨리 오라 그래요 119!” 대리들과 신입들은 두 사람을 구해야 한다며 엘리베이터로 달려들었고 사람들은 그들에게 매달려 말리고 엘리베이터가 조금씩 미끄러져 갈수록 비명 소리엔 울음이 실렸고 백기와 해준이 사람들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15층엔 절규가 울려 퍼졌다.

동료들이 더는 보이지 않고 울음소리만 들리게 됐을 때 해준은 백기를 바라보았다. 엘리베이터가 다시 미끄러지기 시작했을 때 백기는 얼어붙었고 밖의 사람들은 간절히 바라보다가 멈추지 않을 것임을 깨달았을 땐 동기들을 향해 웃었다. 미안해요. 밥 못살 거 같은데. 그런 백기를 보고 해준도 제 동기들에게 웃었다. 미안 형들. 백기와 해준의 폰이 미친 듯이 울려댔고 두 사람 다 받지 않았다. 수신거부를 걸어놓고 단체 채팅방에 짧게 고맙고 미안하다 마지막 말을 남기고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해준은 백기를 바라보았다. 백기는 깜빡이는 천장을 바라보면서 해준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노력했다. 해준은 그런 백기를 보자 울고 싶어졌다. 이렇게 끝날 거였는데 상처를 주었구나. 나는 마지막까지 널 힘들게 하는구나. 난 정말 이기적이었구나. 해준은 백기에게 한 발짝 다가갔다. 끼익. 또 한발. 끼이익. 흔들리는 엘리베이터와 저를 바라보며 흔들리는 백기의 눈빛 해준은 백기의 앞에 멈춰 섰다. “백기씨, 아니 백기야. 이것도 꽤 괜찮지 않아?” “뭐가 괜찮단 겁니까? 죽을 텐데.” “그러니까 지금 여기서 내가 고백하고 네가 받아준다면 우린 마지막까지 같이 할 수 있는 거잖아.” 백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안경 뒤에 숨은 연약한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씨발. 나쁜새끼. 이기적인 새끼. 미안. 백기는 해준의 품에 뛰어들었다. 해준은 백기를 끌어안았다. 두 사람이 크게 흔들렸고 엘리베이터가 비명을 지르고 건물은 비명으로 뒤덮였다.

Posted by 정석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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