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성알파 강해준이 우성오메가 장백기한테 혼자 각인하는 바람에 강해준이 짝사랑 삽질하는 설정으로 풀다가 막힌 썰인데 이걸 가지고 책 내는게 목표라 여기에라도 올려놓으면 풀지 않을까 싶어서 올립니다.
해준백기가 메인이고 하성준식은 비중이 적어요. 하성준식이 커플이다. 애가졌다. 결혼했다. 이게 답니다ㅠㅠ
일단 설정을 짜면 이 au의 알파오메가는 서로 태어나면서 짝이 정해져 있고 둘이 마주치면 그 순간부터 최소 한 달 이내에 각인되고 아, 내가 이 사람한테 각인이 됐구나. 깨닫고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됨. 이 짝은 통계를 살펴보면 어찌 된 영문인지 밝혀지진 않았지만 90% 이상 같은 나라에서 태어남. 서로 살면서 만날 수 있는 거리, 만나서 의사소통될 수 있는 거리. 그런데 같은 나라라곤 하지만 만나기가 쉽지 않음. 그래서 80%의 사람들은 자기 짝을 만나지 못하고 그냥 연애하며 잘 삶.
짝이 아닌 알파오메가가 서로 만나 깊게 사랑을 하거나 오래 사랑을 하게 되면 서로 파장이 바뀌어서 딱 맞게 되는데 이때 묶였다는 느낌을 받음. 그래서 이를 본딩이라 칭함. 본딩이 됐다는 건 더는 짝과 파장이 맞지 않게 돼버리기 때문에 자기 짝을 만나더라도 각인이 되지 않음. 그리고 알파오메가 중 각인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 본인이 알파오메가인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꽤 있는데 이들을 위해 억제제가 개발되었음. 이 억제제는 본인이 상대방의 페로몬에 영향을 받지 않게 해주지만 상대방에게는 효과를 내지 못함. 해서 피임약이랑 비슷하게 여겨짐.
강해준은 우성 알파 장백기는 우성 오메가임. 그리고 해준백기의 썰에 맞게 두 사람은 서로의 짝임. 같은 서울대를 다녔음에도 과가 다르고 시기가 맞지 않아 두 사람은 백기가 태어나고 이십여 년 간 짝들과 마찬가지로 스쳐 지나가지도 않고 대학을 졸업함. 그렇게 해준이 먼저 원인터에 입사하고 수년 후에 백기가 입사함. 백기가 인턴 후 정식으로 입사하게 되고 자원팀에 인사하는 순간 해준의 마음엔 꽃밭이 자리 잡음. 장백기 꽃밭. 아, 찾았다. 내 오메가. 아니 찾아와주었다. 내게로
해준은 그 자리에서 백기에게 각인됨. 다른 사람이었다면 얼굴에서 다 표가 났겠지만 제 포커페이스는 제 몫을 단단히 했음. 옆자리에 앉은 백기를 보니 제 오메가는 저처럼 바로 각인하지 않은 것 같음. 해준은 굳이 백기에게 말하지 않기로 함. 어차피 한 달 이내에 각인될 것이고 그와 연애하기 시작하면 자신이 얼마나 풀어질지 예상할 수 없어 백기를 각인된 시점에서 이미 늦었지만 그나마 순수하게 신입사원으로 교육하고 대하는 건 이 한 달이 한계일 것이기 때문에. 그래서 백기가 들고 온 기획안을 일부러 모질게 쳐냈음. 그리고 한 달 기한으로 예상되는 배추 절이기에 들어감. 그리고 한 달이 지난 후 장백기와 강해준 두 사람 다 시들시들해지기 시작함.
왜 왜 왜? 백기가 해준의 밑으로 온지 몇 달이 지났음. 백기는 축 쳐져가고 해준은 속으로 축 쳐져감. 쟤는 왜 달라지는 게 없는 건데? 신입사원 장백기는 여전했고 오메가 장백기도 여전했음. 한 달은 이미 지났는데 왜 각인을 안 하냐고ㅍㅅㅠ 이렇게 좋은 향기가 폴폴 풍기는데 왜 저 오메가는 제 짝은 저만 보면 긴장하고 울상인 거냐고 자신은 백기를 볼 때마다 말을 걸때마다 설레고 떨리는 제 자신을 감추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을 하는데 장백기 너는 왜? 대체 왜?
이유는 간단함. 백기는 페로모에 휘둘리는 걸 내키지 않아하기 때문에 인턴 때부터 일에 방해받지 않겠다고 억제제를 먹기 시작했기 때문임. 그래서 해준을 봤을 때 별 느낌을 느끼지 못했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임. 심지어 해준이 알파인지도 모름. 하지만 해준이 이걸 알리가 없고. 거기다 해준은 억제제 그걸 왜 먹어? 파기 때문에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않음. 아 강해준씨 망했어요. 짝 찾아놓고 졸지에 짝사랑 잼.
쟤 지 부사수 신나게 갈궈 놓고 왜 저래? 몰라 헤드헌터 만났다니까 놀랐나보지. 에이 그런 거에 놀랄 사람이 아닌데요. 주변 사람들이 들으면 어디가? 싶겠지만 해준의 동기들이 보기에는 요즘 해준이 눈에 띄게 쳐졌음. 예전에 자기 부사수 배추 절일 땐 멀쩡하게 잘 절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배추 절일 때 한 번씩 뜸을 들이기 시작하더니 백기 혼내놓고 백기가 기운이 없으면 같이 기운이 없어짐. 그게 하대리 말대로 헤드헌터 만난 즈음 이었던 거 같음.
그리고 정답임. 백기가 헤드헌터를 만나던 날 해준은 바닥이 꺼진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깨달음. 자기 오메가가 저 때문에 나에게서 멀어지려고 도망가려고 한다는 게 여태껏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상실감을 가져다주었음. 이대로 백기를 보낼 수는 없는데 손쓸 방법이 없음.
해준은 알파 이전에 백기의 사수임. 일에 관련해서는 백기를 봐줄 수 없고 자신의 방식을 바꿀 생각도 없음. 못 견뎌서 나간다면 거기까지인 거임. 그런데 그게 나의 오메가. 회사를 나가고 다른 알파를 만나면 나는?
매일 마음속에서 장백기의 알파와 사수가 싸우니 속이 멀쩡할 리가. 그걸 감춘다고 노력해도 속일 수 없는 사람들이 있고 그게 동기들이었음. 야, 김동식 오늘 쟤 데리고 한잔 해야겠다. 그럴까? 난 안가. 됐거든? 닥치고 따라와.
해준은 그날 저녁 똥 씹은 표정으로 동기들과 술을 마심. 동기들이 너 때문에 모인다고 하면 안나올 거 같아서 김대리가 또 차였으니 위로나 해주자고 부른 거에 낚였기 때문임.
너 요즘 무슨 일이야. 뭐가? 뭐가는 무슨 요즘 아주 배추처럼 축축 쳐져 있드만. 신경꺼. 거봐, 이 자식은 걱정해 줘도 소용없다니까 나간다. 지금 가면 뭐하시게요? 하대리님 없이. 야!ㅡAㅡ 농담농담.
근데 진짜 왜 그렇게 쳐졌어? 장백기 헤드헌터 만난 거 때문이야? 에이 얜 그런 거로 놀랄 사람 아니다. 나도 사람이거든? 뭐야 진짜 그것 때문에? 조금. 해준은 잔에 소주를 채워 마시고 만을 이었음. 조금 놀랐어. 내가 그렇게 심하게 몰아붙였나 싶어서. 걔가 소심해서 그런 거야. 니가 신입때 당한 게 얼만데. 맞아 너 회사 때려치우는 줄 알았다니까. 장백기 걔가 유리멘탈이라 그래.
타악, 대리들이 백기를 씹는 게 수위가 점점 심해지자 해준은 소주잔을 강하게 내려놓음. 장백기씨 그 정도까진 아니다. 그래도 부사수라고 챙기냐? 그럼 좀 풀어주던가. 아직은 안 돼. 아 어쩌라고! 야 하성준 저거 놓고 가자 유대리 말마따나 나 혼자 가서 할 것도 없는데. 애정행각은 집에 가서 하시지? 아까부터 솔로 앞에서 손이나 붙잡고 앉아있고. 취했다. ㅇㅇ취했네. 누군 지금 말도 제대로 못 걸고 손가락만 빨고 있는데....뭐야? 너 좋아하는 사람 생겼어. ㅇㅇ 누군데? 말 안 해. 니들 다 드러워 특히 너네 둘. 제게 또 드럽대. 몰라 나간다. 야 벌써 가게?ㅇㅇ 누군진 얘기하고 가! 싫어 드러워. 갈거야.
해준은 동기들을 뒤로 하고 술집을 나오자마자 택시를 잡아탐. 그리고 택시 안에서 한숨 돌림. 술기운에 백기한테 각인되었다는 걸 말할 뻔했음. 누군 손가락만 빨고 있는데 다음에 옆에 있는 이쁜 오메가를 두고 라고 말한 뻔했음. 잘못하면 백기가 곤란해질 뻔한 거라 해준은 자신을 자책함. 가뜩이나 날 불편해 하는데....여기서 더 불편해하면.....오메가 오메가 이쁜 내 오메가 나를 불편해하는 내 오메가. 여전히 그날이후 다운된 기분은 올라가질 않음.
그래도 솔직히 동기들이 신경 써주는건 고마움. 잠시 후에 대리들 각자에게 날아온 카톡을 보고 피식 웃음. 야 얘 고맙댄다. 해준과의 일대일 카톡창에 잘 들어가란 메시지와 함께 숙취해소 음료 기프티콘이 올라와 있음.
그 후로 몇 달이 더 지났고 다행히 백기가 저에게 따라와 주기 시작했음. 백기에게 처음 칭찬을 해준 날 백기의 얼굴에 띈 미소를 잊을 수 없었음. 내말에 백기가 웃는다. 나 때문에 백기가 웃는다. 해준은 그날 하루 종일 구름 위를 날아다니는 기분을 느꼈고 주변 몇 사람이 느끼기에도 그랬는지 해준은 그날 좋은 일 있나봐? 소리를 많이 들었음. 이제 부사수 백기가 자신을 잘 따라주니 이젠 오메가 백기가 알파 강해준을 알아주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생각지 못한 복병이 등장했음. 장백기의 동기 한석율.
우성은 아니지만 알파인 것부터 썩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저 신입은 할일도 없는지 뻔질나게 15층으로 내려와 여기저기 쏘다니는데 백기가 석율을 별로 쳐내지 않는 게 마음에 들지 않음. 사실 매우 기분이 나쁨. 그래서 부러 석율이 내려오면 페로몬으로 석율을 눌러 몇 차례 쫓아낸 적도 있었음. 누가 들으면 강해준 답지 않다 하겠지만 제 오메가 옆에 다른 알파가 알짱대는데 가만히 있을 알파가 어디 있겠어. 하며 가라앉은 제 기분을 위로함. 그런데 오늘 이 장백기가 정말....평소 출근해 있을 시간에 와있지 않기에 오늘은 조금 늦나보다 싶었는데 자리를 잠시 비웠다 돌아와보니 알파 냄새 풀풀 풍기는 외투가 백기의 자리의 올려져 있음. 지각이구나.
근데 왜 하필 한석율? 사수인 나를 놔두고? 해준은 질투심에 휩싸였고 넘어가 줄 수 있었으나 백기의 지각을 과장에게 전했음. 그리고 이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일을 마치자마자 사우나로 달려감.
장백기 나쁜 놈. 자기 짝도 못 알아보는 주제에 다른 알파랑 친하게 지내고 있고 사수보다 그놈을 먼저 찾고. 속으로 백기를 욕하며 분노를 삭히고 있는데 어디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림. 고개를 돌려보니 오 마이 갓. 제 부사수이자 열렬히 짝사랑 중인 오메가 장백기사원 이시겠습니다. 조요히 도망가야 겠다고 생각한 순간 백기가 고개를 돌렸고 둘은 눈이 마주쳐버림.
어...억제제 어딨지? 비상용 억제제가. 해준은 눈에 띄게 당황해서 겉옷 주머니에 넣어놓았던 억제제를 찾아 뒤졌음. 해준이 주머니에서 찾은 알약을 삼키는걸 보고 백기는 아, 대리님 알파신가 보구나 싶었음. 사우나에서 평소 억제제를 챙겨먹지 않는 알파오메가 들이 다른 알파 오메가를 만나서 비상용 억제제를 먹는 건 비교적 흔한 풍경이었기 때문임.
해준이 억제제를 먹고 한숨 돌리자 백기도 한숨 돌림. 대리님 괜찮으십니까? 네. 아 뭐. 괜찮습니다. 들어가죠. 해준은 백기를 뒤로 하고 안으로 들어감. 괜찮기는 뭐가. 재빨리 샤워를 하고 탕에 들어가 앉은 해준은 당황한 자신을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함.
사우나에서 백기를 만나리라곤 생각도 못했음. 거기다 조금 전처럼 홀딱 벗은 상태로 그 순간 억제제가 생각나지 않았다면 그 순간 파렴치한이 됐을 거임. 비상용이라 약이 세서 속이 메스껍긴 하지만 변태가 되는 것에 비하면 싼 값임. 지금처럼 백기가 맨몸으로 옆에 앉아있는데도 가장 걱정했던 그곳이 멀쩡하니까. 해준은 눈을 감고 태연한척 하며 백기를 훔쳐봄.
탕 안에 앉아서 제 눈치를 보며 쩔쩔매는 백기는 제법 귀여움. 몸이 꽤 하야네. 근육도 제법 있고 그런데 다른 덴 말랑말랑 해 보이는걸 보니 가슴에만 벌크업을 한 것이 저 나이 때 할법한 귀여움임. 저 말랑말랑한 걸 한입 깨물면 맛있을 거 같은데 그럼 백기는 무슨 반응이 나올까. 지금 당사자를 옆에 놔두고 무슨 생각을! 제 파렴치한 생각에 놀란 해준은 순간 벌떡 일어남. 다행히 억제제 덕분에 신체적 반응은 없음. 해준이 일어나자 백기도 얼결에 일어났는데 그걸 보니 순간 장난을 치고 싶어짐. 그래서 다시 앉고 물을 더 틀음. 뜨겁진 않나 물어보는 질문에 백기는 괜찮다고 답하지만 아닌 게 티나 귀여움.
다 씻고 먼저 나오니 백기가 쭈뼛쭈뼛 옆으로 와서 머리를 말리는데 순간 목 끝까지 욕이 올라옴 아 장백기 진짜 셔츠는 다 풀어놓고 머리는 촉촉이 젖어있고 이젠 내가 알파인걸 알면서 억제제를 먹는 걸 봤다지만 알파 앞에서 저렇게 무방비하게 있는 건 무슨 생각이란 말인가. 얼른 자리를 뜨는 게 저에게도 백기에게도 나을 거 같아 월요일에 보자고 자리를 뜨려는데 백기가 술 한 잔 하자고 저를 불러세움.
처음엔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백기의 옆에 앉아 캔을 따는데 백기가 이야기 하는 걸 듣고 있다 보니 머릿속이 차분해짐. 저도 신입 시절 했던 고민들을 들으면서 오메가 장백기가 아니라 제 부사수 장백기에게 집중함. 백기의 말이 끝나고 제 선에서 해줄 수 있는 조언을 해주며 백기를 바라봄. 아직 손이 많이 필요한 부사수구나. 백기가 원하는 대답을 해주지는 못했지만 필요한 대답을 해주었음. 아직 내가 하는 말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일을 하다보면 점점 이해하게 되겠지.
백기를 적당히 달래 보내고 집으로 간 해준은 집에 들어오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감 우욱. 우웩 웨에웩! 혹시나 했지만 역시 비상 억제제를 먹고 술을 마시는 건 무리였나 봄. 그래도 장백기씨 에게 도움이 됬으...욱! 으어.....해준은 그 주말을 내리 앓았고 겨우겨우 출근함. 그리고 백기한테 받은 선물에 그날 카톡 진상 짓을 했다가 대리 단톡방에서 쫓겨날 뻔 함. (사진) 뭐야? 장백기씨가 고맙다고 준거 그걸 왜 여기에 올리는데? 자랑 ㅡAㅡ....아침부터 상태 이상하더니 돌았음? 아니 멀쩡한데. 너네 새끼들은 이런 거 챙겨주냐 우리 장백기씨는 챙겨주는데. 저 미친 자를 쳐라 매우 쳐라
해준은 요즘 몸이 좀 피곤함. 요 며칠 야근을 계속 했더니 그런가 보다 싶음. 그래도 각인된 오메가가 있어 그 향기를 맡으면 몸이 편안해지니 백기만 있다면 오늘 하루도 버틸 수 있겠지. 아 얼른 백기씨가 나를 알아봐줬으면 좋겠는데...하며 해준은 지친 몸을 이끌고 출근함. 15층에 들어서는 순간 백기의 페로몬이 가슴 깊이 들어오니 절로 입 꼬리가 올라감. 강대리야 기분 좋아 보이네 좋아하는 사람이랑 잘 되가? 아니. 아닌 거 같은데 이 반응은 아닌 게 아닌데. 오다 만났거든. 우와 중증이네. 일봐라. 어. 중증은 중증이지 각인까지 했는데 해준은 속으로 생각하며 자리에 앉음. 저에게 인사하는 백기에서 인사를 건넨 후 일을 시작함. 오늘도 백기가 있어 기분이 좋음.
좋기는 개뿔이. 해준은 죽상을 쓰면서 동료들과 쉬는 시간을 가지고 있음. 지금 화제는 백기가 영이 대신에 커피를 뒤집어쓴 사건이었음. 장백기 걔 안영이한테 관심 있다니까. 안 그런 애가 그 뜨거운 커피를 대신 맞겠냐? 맞아 평소에도 안영이 잘 따라 다녔잖아. 백기가 셔츠른 갈아입어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저 없는 곳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사람들은 그에 대해 떠들고 있고 해준의 기분은 한없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있음. 나 먼저 간다. 어? 어 그래.. 해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 안으로 들어감. 쟤 기분 안 좋아 보이는데? 자기 부사수가 그런 일 당했다는데 기분 좋겠어요? 저희도 지금 기분 별론데. 하긴 나도 그래가 그러면 기분 별로겠다. 에휴 우리도 들어가자.
해준은 자리로 돌아오자마자 백기를 불러 세움. 장백기씨. 네 대리님. 장백기씨는 몸이 두갭니까? 네? 아니면 몸이 강철로 만들어 졌어요? 네?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장백기씨가 왜 거기에 뛰어듭니까? 무슨 배짱으로 그 뜨거운 커피를 뒤집어 쓰냐는 소립니다. 아...저..그게..무슨 말이라도 해봐요. 뭔 생각으로 그런 겁니까? ....대리님 화나셨습니까?
와 우와 와 진짜 장백기 저거 화? 화? 해준은 백기의 말에 속으로 뒷목을 잡음 화야 당연히 남 백기 말고 마부장한테. 놀랐는데 걱정했는데 화가 났냐고? 해준은 순식간에 기운이 쫙 빠짐. 장백기씨는 제가 지금 장백기씨한테 화를 내는 것으로 보입니까? 아니면.... 걱정입니다. 그게 눈에라도 들어갔으면 어쩌려고 그런 위험한 짓을 한 겁니까....어....화는 안나는데 좀 서운하네요. 대리님;;; 제가 장백기씨 한테....아니 됐습니다. 생각해보니 다짜고짜 이러면 화내는 것 처럼 보이겠네요. 그만하고 일이나 봅시다. 대리님 죄송합니 아니 고맙 아니 죄송합니다;;;
해준은 대답을 하지 않음. 속으로 서운함을 삼키느라 백기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음. 그 소릴 듣는 순간 얼마나 놀랐는데 얼마나 걱정했는데 돌아오는 대답이 화가 났냐니 백기의 머릿속 자신은 어떤 사람이기에 내가 걱정한다는 선택지는 없는 건가 해준은 한없이 우울해지는 기분을 잡으려 했지만 되지 않자 포기하고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 일을 억지로 우겨넣어 일을 시작함. 오늘은 진짜 죽겠다. 몸도 아프고 마음도 아프고 그렇게 상념에 잠겨 일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누가 해준의 어깨를 확 잡아챔. 야 강해준! 이 정신 빠진 새끼가! 하대리님?!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난 성준이 철강팀으로 달려오더니 해준의 팔을 거칠게 잡아끌고 일으켜 세움. 이 미친 새끼가 사이클에 약도 안 처먹고 출근하는 또라이가 어딨어? 어? 그것도 부사수를 오메가로 달고 있는 놈이! 아직 아닌데? 그럼 16층까지 퍼진 이 찐득한 냄새는 뭔데?아....성준의 말에 해준은 자신의 냄새를 맡아봄.
맞네..ㅍㅅ;ㅍ 계속 야근해서 몸이 안 좋은게 아니었구나. 야....넌 니 몸 상태도 모르냐. 닥치고 약이나 처먹어. 어.... 지금 니가 몇이나 잡을 뻔 한줄 알기나하냐. 미안. 근데 16층이면? 그래 나도 몰랐다 성대리 연락받고 왔다. 이게 어디서 남의 오메가한테 페로몬을 뿌려!
성준은 혀를 참. 며칠 전부터 해준이 상태가 이상하긴 했는데 저도 해준 말마따나 몇날며칠 야근을 계속 해대서 그런 줄 알았거든. 그래서 조금 전까지 알파 페로몬이 사무실에 퍼지기에 누가 이렇게 페로몬 관리를 못하나 하고 무시했는데 자기가 우성이라 다른 알파의 페로몬에 영향을 잘 안 받는 단걸 잊어버리고 무시한 게 실책이었음.
성준이 페로몬을 무시하고 있을 동안 사무실의 오메가들은 죽을 맛이었음. 점점 페로몬이 짙어지더니 이제는 찐득찐득 해지면서 몸을 가누기가 힘듬 이정도 페로몬이면 하성준이거나 강해준인데 지금은 둘한테 가는 거 자체가 무리였고 애석하게도 15층에 알파는 저 둘뿐이라 도와줄 알파도 없었고 베타 동료들은 자신의 상태도 몰라.
15층이 그렇게 보이지 않는 혼돈에 빠져있을 때 아무 것도 모르는 16층에서 15층에 볼일을 보러가기 위해 석율을 데리고 준식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엘리베이터가 열리는 순간 석율은 코를 틀어막았고 준식은 다리가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음. 야 가서....아무 베타나 헉! 좀 불러와 씨발 강해준 이 미친 새끼! 과장님! 과장님! 과장님! 성대리님이 다리가 풀려서 쓰러지셨는데 대리님 좀 사무실로. 그걸 왜 내가? 자네는 뭐하고? 석율은 발을 동동 구르며 과장에게 대충 사정을 설명함. 저 알파고 대리님 오메가고 지금 밖에 알파 페로몬이 엄청 진한데ㅠㅠ 저 대리님한테 손 못 대요ㅠㅠ 뭐? 과장은 자리에서 얼른 일어나 준식을 부축해 자리에 앉힘. 성대리 괜찮아? 안괜찮아요.....어우....야 너 얼른 15층에 내려가서 강해준이 좀 어떻게 해봐. 아오 썅. 석율을 내려 보낸 준식은 사내 메신저를 열어 성준에게 메시지를 보냄. 야. 왜? 강해준 저 미친 새끼 죽여 버려. 뭔데? 뭔 지랄을 하는데, 16층까지 페로몬이 올라와? 뭐????????? 해서 지금의 이 상황.
석율과 백기가 성준이 지시한 대로 움직이고 해준은 과장에게 양해를 구하고 집으로 가기 위해 일을 정리함. 지금 먹은 약은 임시방편임. 한번 시작된 사이클을 약으로 눌러두는 건 매우 힘들고 눌러둔다 해도 몸에 좋지 않기 때문에 지금 최선은 얼른 집으로 가서 앓고 지내는 거임. 과장님 죄송합니다. 아니야. 보니까 몸이 안 좋아서 사이클이 일찍 온 거 같은데 얼른 들어가 쉬어야지. 그런데 백기 저 친구는 오메가면서 어떻게 강대리 사이클 온 걸 모르고 있었지? 그러게요? 거기다 아무 영향도 받지 않고요? 강대리님 뭐 아는 거 있으세요? 아니요. 저도 잘 모르겠군요. 아 그거? 쟤 인턴 때 우리 팀에 있었잖아요? 그때부터 일하는데 방해되기 싫다고 억제제 먹어서 그래요. 거기에 우성이기도 하고. 후두둑 해준은 손에 든 서류를 떨어뜨림. 왜 그래? 약빨 벌써 떨어진 거야? 아냐. 근데 왜 그래? 잠깐 나 혼자 좀 있어야 할거 같아. 해준은 빠르게 탕비실 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가버림. 야 강해준! 너 왜 그러는데? 아무것도 아니야. 잠깐 잠시만 혼자 있으면 돼. 해준은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대답함. 아닌데 아무것도 아닌 목소리가 이렇게 형편없을 리 없는데. 야 안영이 너 가서 열쇠 좀 가져와. 성준은 왠지 해준을 자극하면 안 될 것 같아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간 후 다시 문을 걸어 잠금. 강대리 너 갑자기 왜 그래? 응? ....... 너 우, 울어?
탕비실에 들어간 성준은 조용히 해준의 곁으로 다가 갔다가 놀람. 해준의 얼굴이 눈물범벅이 돼 있기 때문임. 야 너 뭐야? 무슨 일이야? 갑자기 사이클이 땅겨지지를 않나.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거 같은 놈이 울고 앉아있고 뭔데? 무슨 일인데? 성준은 덜컥 겁이남. 신입 시절부터 수년을 같이 지내온 동룐데 이런 모습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음. 어디가 심각하게 아픈 건가. 버티지 못할 일이 생긴 건가. 울지만 말고 말 좀 해봐! 성준이 해준의 어깨를 거칠게 잡아 흔들자 해준이 조금 정신을 차리고 성준을 붙들고 입을 열음. 약을 먹을 만큼 그렇게 싫은 거야? 각인하는게 싫어서 내가 그만큼이나 싫어서 내가 저한테 각인한게 싫어 약을 먹어서 막을 만큼 내가 싫은 거야? 아니 싫으니까 먹었겠지? 근데 그럼 난 이제 어떻게 살아? 난 이미 각인 해버렸는데 나한텐 그 사람밖에 없는데 그 사람이 전분데? 이미 각인한건 약으로도 끊을 수도 없는데? 걔가 내가 싫다면 난 그 앞에 나설 수 없는데 그런데 나는 걔가 꼭 필요한데? 어떡해 하성준? 나 어쩌지? 나 죽을 거 같아. 나 좀 살려줘. 살려줘. 얘 아직 정신 안돌아왔구나 아니 그전에....너 장백기한테 혼자 각인 한 거야? ...... 너 왜 그걸 아무한테도 얘길 안 해!
성준은 해준에게 떨어져 의자에 주저앉음. 각인을 했단다. 그것도 혼자만. 너 여태껏 어떻게 버텼냐, 독한 놈. 알파와 오메가 사이의 각인은 매우 절대적임. 각인 전과 각인 후의 삶이 달라질 정도로. 그렇게 강한게 각인이기 때문에 각인이 끊어지거나 각인한 상대한테 거부당했다고 느낄 때의 데미지는 상당함. 지금 해준처럼 패닉에 빠지는 것은 물론이고 심하면 그 자리에서 자살하는 경우도 있음. 혼자서만 각인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상대에게 꾸준히 거부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방이 자신에게 각인하기 전까지 그 데미지가 꽤 큼. 해준이 지금 딱 그런 상태이고 그게 일 년 가까이 진행 중이라 그 스트레스로 사이클이 갑자기 찾아올 정도로 멘탈이 꽤나 나빠진 상태였는데 백기가 억제제를 먹는다=각인을 하지 않으려 한다. 이렇게 느끼는 바람에 백기에게 거부당했다고 느낀 거임. 그래서 간신히 유지되던 해준의 멘탈이 아작이 난거고. 본딩인 나도 준식한테 거부당한다 느끼면 미치겠는데 각인이라니 그동안 느낀 고통이 얼마나 컸을까 성준은 한숨을 쉬고 난 다음 입을 염. 강해준 잘 들어. 장백기는 각인이 싫어서 약을 먹는 게 아니야. 그런데 왜 억제제를 먹어? 일하는데 페로몬의 영향을 받는 게 싫다고 했어. 그게 각인되기 싫다는 소리나....내말 계속 들어 나도 그걸 물어봤어. 너 약 먹는 동안 누가 너한테 각인되면 어쩔 거냐고. 그래서? 안 먹는대, 끊는대. 진짜로? 그래. 내 짝이 저 때문에 고통받는 건 싫다고 자기가 알게 되면 당장 끊는다고 했어. 그럼 각인이 싫은게 내가 싫은게 아니라고? 그래. 그러니까 정신 차려. 그리고 가서 얼른 얘기해. 누가 채가기 전에. 그렇지만 지금은... 그래 네 꼴이 좀 많이 흉하지 거기다 사이클도 왔고 그럼 쉬고 와서 얘기해. 언제까지 멘탈 갉아먹을 수는 없잖아? 이젠 좀 진정이 돼? 어.....됐네 그럼 어세 집에 들어가 헛생각 하지 말고. 알았어...고마워. 인사는 됐다 형 좋다는게 뭐냐? 형은 무슨. 해준이 진정되자 성준은 해준과 함께 탕비실을 나옴. 사이클이 갑자기 와서 많이 힘들어해요. 얼른 집에 보내야겠어요. 때마침 약을 다른 오메가들한테 나눠주고 온 백기가 돌아옴. 성준은 해준을 안심시켜주기 위해 부러 말을 걸음. 장백기. 네? 너 그 약 언제까지 먹을 거야? 그러다가 누가 너한테 각인되면 어쩌려고. 그럼 끊어야죠. 정말? 당연한 거 아닙니까? 그 말에 해준은 순식간에 표정이 밝아짐. 아니구나. 정말 버림받은 게 아니구나. 과장님 들어가 보겠습니다. 백기씨도 나중에 봐요. 네 대리님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해준은 성준의 배웅을 받으며 집으로 돌아감. 그리고 다음날부터 4일 동안 해준은 휴가를 냄. 그리고 성준 준식을 포함한 몇 알파 오메가들은 2일 동안 출근을 하지 않음.
백기씨 백기씬 오메가면서 왜 강대리님이 사이클 오는 걸 몰라~ 그날 나 진짜 뭔 일 나는 줄 알았잖아. 일명 강해준 사단이 있은 지 며칠 후 신입들 끼리 점심을 먹고 들어오면서 석율이 대화의 포문을 열음. 근데 백기씬 어떻게 그걸 바로 옆에서 받으면서 멀쩡해? 성대린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난 여기 겨우 겨우 내려왔는데. 아 그게 전 억제제를 먹고 있어서요. 아 그래서 우리 백기씨가 내가 장난쳐도 아무 반응이 없었구나. 네? 언제요? 옛날에 아~주 옛날에. 아저씨 그거 성희롱이잖아요. 백기씨가 몰랐으니까 괜찮아. 안 괜찮거든요. 이러니까 억제제를 먹지. 영이씨 근데 억제제가 뭡니까? 그래 안그래 장그래! 눈앞에 잘생긴 알파랑 파워 우성 오메가를 놔두고 그걸 잘생긴 베타 영이씨한테 물어보시나. 안그래 백기씨? 뭐 우리한테 물어보긴 부끄러울 수도 있죠. 에이 재미없게 진짜. 어쨌든 그래씨 그게 뭐냐면. 피임약 비슷한 거야 호르몬 조절해줘서 다른 알파 오메가의 영향을 안 받게 해주는 거. 근데 나한테만 영향이 있어서 먹으면 나는 멀쩡한데 다른 사람은 내 영향을 받아. 그럼 어떻게 되는데요? 별거 없어 그냥 똑같아 그냥 오늘처럼 소소한 해프닝이 일어나는 정도? 근데 너무 차이가 없어서 문제가 되는 게 하나 있지. 그게 뭘까? 각인 얘기하는 거죠? 역시 안영이. 무써운 자원팀 신입! 약 먹은 사람한테 각인되면 어떻게 되는데요? 죽어. 네? 말 그대로야 약 먹은 애가 약 안 끊고 방치하면 상대방은 결국엔 죽어. 위험하다고 듣긴 했는데 그 정도에요? 네 그 정도에요. 각인이 원래 그래요. 그니까 백기씨 억제제 그만 먹어~ 그러다 누가 백기씨한테 덜컥 각인되면 어쩌려고 그리고 이번 같은일 또 생기면 우리만 죽어난단 말이야. 그건 한석율씨 말이 맞아요. 하대리님이 하시고 있던 일이 많은데 갑자기 못 나오시니 정신없었어요. 인정하기 싫지만 나도. 성대리가 나한테 떠넘기는 일이 많아도 하던 일은 더 많더라. 죽는 줄 알았어, 아주. 저도 힘들었거든요. 너 때문이거든요? 그래씬 좋겠다, 상사가 베타여서. 그래 오메가라 미안하다 새끼야. 나는 알파라 미안하다 안영이? 나도요 장백기씨? 그래야 너는 고맙지? !!!!!!!!!대리님??? 갑자기 등장한 대리들에 신입들은 화들짝 놀람. 아니요 대리님 저기 그게8ㅅ8;;;;;;;;다 들었어, 이것들아.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건방진데? ㅇㅁㅇ;;;;;; 농담이야 짜식들. 니들끼리 모이면 뒷담 말고 뭘 더 하겠니. 근데 너무 허술하군요 다들. 너 이새끼 이틀 동안 고생했으니까 봐준다. 가봐. 장백기. 네? 약은 니가 끊고 싶을 때 끊어 알파한테 얽매이기엔 어린 나이니까 즐길 수 있을 때 즐기라고. 야, 너 그렇게 말하면 나 상처 받는다. 상처는 무슨.....아씨 도망안가. 너 안 좋아하면 주재원 포기하고 애까지 갖겠냐. 풉!!!!!! 해준과 동식은 마시고 있던 커피를 뿜음. 뭐 했다고?×2 됐어? 정말? 진짜야? 그래 오늘 확인하고 병원도 갔다 왔다. 뭐? 왜 혼자가? 아니면 쪽팔리잖냐. 야 니들 오늘부터 싹다 금연이야! 너부터 끊어 새끼야. 그건 당연한 거고 야 강해준 너 정말 고맙다. 이자...아니 얘 주재원 갔다 오기 전까지는 애 안가진다고 해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그때 그 난리 나고 마음 바꿔줬거든. 성준은 입이 귀에 걸려서 준식의 자리를 봐줌 거기 차가워 여기 앉아. 너네 그래서 안 나온 거야? 어. 나는 병원 갔다 왔으니까 너는 동사무소나 가서 혼인신고나 하고 와. 결혼식은? 안 해. 쪽팔리게 사내새끼끼리 결혼식은 무슨. 그럼 같이 가야지. 바뻐 새끼야. 동식은 멍 하니 둘을 보다가 입을 엶. 강해준아 우리 지금 엄청 중요한 순간을 보고 있는 거 맞지? 어. 근데 얘들 왜 이렇게 태평해? 본딩이나 각인하면 부부나 별 차이 없어. 쟤들은 그냥 애 늦게 들어선 부부야. 그런 거야? 그런 거야ㅇㅇ.
자리로 돌아오면서 해준은 백기를 바라봄. 성준과 준식이 정말 행복해보였는데 나는 언제쯤 백기와 그런 행복을 누리고 있을까. 해준은 씁쓸히 웃으며 자리에 앉음. 물론 내가 너에게 각인되었다 이 한 마디면 해준의 꿈을 이룰 수 있지만 해준은 망설이고 있었음. 백기가 일하는데 방해될까 억제젤 먹는다던 성준의 말과 알파에게 얽매이기엔 아직 어리다던 준식의 말이 머릿속을 맴돌음. 확실히 백기는 아직 어림. 이제 막 사회에 첫 발을 내딛었고 백기가 제가 각인한 오메가가 아니었다면 먼저 억제제를 먹으라고 얘기했을 만큼 능력도 출중한 오메가였음. 애가 하늘 높은 줄 몰랐던 게 그렇지만. 오메가에게는 어떤 알파를 만나느냐가 인생에 많은 영향을 주기도 하고. 가뜩이나 망설이고 있었는데 조금 전 성준의 말이 해준의 죄책감을 계속 자극함. 그래서 강해준은 일생일대의 기회를 제 발로 아주 뻥 차버리심.
대리님? 왜요. 장백기씨? 하대리님 말씀대로 억제제를 그만 먹는 게 나을까요? 갑자기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뭡니까? 그게 누군가 저 모르는 사이에 저한테 각인되면 어쩌나 또 지난번 같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돼서.... 그런 거라면 확실히 그런 생각을 할 만 하군요. 그런데 후자는 걱정하지 말아요. 몸 관리 확실히 할 테니까? 대..대리님 제 말은 그게 아니고! 알아요. 농으로 해본 소립니다. 그럼 대리님도 억제제를 그만 먹는편이 낫다고 생각하십니까? 글쎄요. 이건 장백기씨가 스스로 결정할 문제 아닐까요? 제가 뭐라고 할 수 없는 게 이건 장백기씨 인생이 걸린 문제잖습니까? 오메가에겐 어떤 알파를 만나냐가 중요하기도 하고 성대리 말처럼 장백기씬 아직 어리기도 하고 굳이 따지자면 아직은 안전한 게 낫겠죠. 어, 이거 뭔가...해준은 순간 제가 실수를 했음을 직감함. 그러니까 대리님 생각엔 오메가는 억제제를 먹는 게 여러모로 낫다는 그런 뜻인 겁니까? 어 뭐 굳이 따지자면 그런... 아닌데 이게 아닌데 이러면 안 되는데 강해준 너 지금 뭐라고 지껄인 거냐. 그래도 장백기씨 생각이 중요...해준이 수습해보려 했지만 이미 늦었음. 고맙습니다. 대리님. 역시 대리님께 여쭤보길 잘했어요. 백기는 해준에게 고맙다 인사하며 손에 쥐고 있던 억제제를 물과 함께 삼킴. 아직은 억제제를 먹는 게 나을 거 같네요. 저 잠시 나갔다 오겠습니다. 백기가 자리를 뜨자 해준은 멀어지는 백기를 허망하게 바라봄. 안되는데...백기씨 그거 먹으면 안 되는데
병신 또라이 머저리 너 돌았냐! 거기서 그렇게 얘기하면 어떻게 하려고! 아 몰라 난 망했어...왜 백기씨 앞에만 서면 입이 안 떨어지지.... 옥상 벤치에 늘어져 있는 해준에게 성준이 다가와 잔소리를 함. 아까 백기와 하던 대화를 들은 거 같음. 성준의 잔소리에 다른 대리들이 다가와 무슨 일이냐 물음. 말 안 해. 하대리님 뭔데요? 얘기하지 마. 해야겠다. 너 지금 사고가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잖아. 아 좀. 얘가 세상에 오메가한테 혼자 각인을 하셨다.
뭐? 성준의 말에 다들 경악을 금치 못함. 그래놓고 아직까지 그 오메가에겐 말도 안했고. 그럼 그거 위험한 거 아니에요? 얼마나 됐는데? 1년 되가나... 그 말에 준식은 해준에게 욕을 날림. 미친놈아 죽고 싶냐? 내가 건물 옥상에서 떠다 밀어 줄까? 한방에 보내줄게 응? 너 좀비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있냐? 너 사람 아니지 또라이 새끼야 어? 욕하지 마 애기 듣는다. 헐 씨발 이새끼 진짜 돌았어. 강대리야 이거 몇 개? 그래서 그 오메가가 누군데요? 왜 그 사람한테 얘긴 안했고요? 하대리님은 왜 우리한테 얘기 안하셨어요? 그동안 해준이 이상했던 원인을 알게 되자 다들 해준을 걱정함. 목숨이 달린 문제였기 때문에. 나도 얼마 전에 알았어. 얘 사이클 꼬였을 때. 그래서 그 지랄을 한 거구만. 근데 진짜 왜 얘기 안한 거야? 기다리면 각인 할 줄 알았겠지. 억제제 먹고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하고. 바보냐? 너무 그러지 마라 혼자 각인하고 멀쩡한 사람이 얼마나 있다고. 근데 하대리 너 조금 전에 왜 그렇게 성질 낸거야? 아 씨발 뭐라고 하지 말란 거 취소. 동식의 물음에 성준은 뒷목을 잡음. 그리고 해준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성질을 냄.
이 미친 새끼가 지 복을 발로 찼어! 세상에 지 오메가가 억제제 그만 먹을까 물어보는데!!! 설마.... 썅 그걸 잘 다독여서 억제제를 계속 드시게 만드셨단다. 우와 강대리님 성대리님 말마따나 죽고 싶으세요? 죽여 드릴까요? 형기까지 화난 목소리로 이야기하자 해준은 움찔함. 아니 그 사람한테 뭐가 좋을지 생각하다 보니까...너네 지금 좀 무섭다? 닥쳐 호구 새끼야 지금 화 안내게 생겼냐. 결국 동식의 입에서 욕까지 나옴. 짝사랑도 정도껏 해야지. 그래서 누구야? 해준은 입을 다묾. 맞고 불래? 그냥 불래? 해준은 동식의 시선을 회피함. 하성준 넌 알아 몰라? 알긴 아는데.. 근데 왜 가만히 있었어? 이렇게까지 바보짓을 할 줄은 몰랐지. 그래서 누군데? 성준은 해준을 짠하게 바라봄. 넌 이제 죽었구나. 그냥 말해라 이젠 늦었어. 이거 얘기하면 맞을 거 같은데. 막아 줄 테니까 얘기해봐. 해준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슬금슬금 동식에게서 멀어지고 성준과 현이 그 앞으로 섬. 황대리 아무리 열 받아도 나 때리면 안돼. 아 알았다고. 자 이제 불어라 누구냐? 장...백기씨. 내가 아는 그 장백기?.. 철강팀?.... 니 부사수?........ 아 씨발 이 미친 새끼가!!! 하성준 황현 니네 나와! 누구? 누구우??!!!!! 해준의 입에서 백기의 이름이 나오자 동식과 준식의 이성이 끊어짐. 씨발 이거 진짜 소시오패스 새끼 아니야? 코앞에 오메가 놔두고 이 뻘 짓거리를 일 년씩이나 하고 있어? 너 진짜 돌았냐 돌았지? 그렇지? 준식아 진정해 진정! 애기 아기! 지금 진정하게 생겼냐! 하성준 너도 맞자 어?
결국 해준이 두 사람에게 등짝을 헌납하고서야 동식과 성준은 진정함. 우와 강해준 너 진짜. 성준을 씩씩대는 준식을 달래면서 벤치에 앉힘. 준식아 진정해 진정. 진정하고 심호흡해. 후하후하. 미친, 지금 내가 애낳냐! 꽁트를 찍는 성준과 준식을 뒤로 하고 동식, 현, 형기는 해준에게 돌아섬. 강대리님 정말 장백기가 각인 할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어요? 응. 야, 그게 아무리 늦게 돼도 1년 가까이 늘어지겠냐. 보통 얼마 만에 각인 되는데? 보통 한 달 늦어도 두 달이다! 뒤에서 준식이 소리를 지름. 그 말에 셋은 뒷목을 잡음. 일 년 동안 각인이 안 되는데 억제제에 생각이 미치지 않다니. 될 때까지 마냥 기다리려고 했다니. 셋은 해준의 이 바보 같은 행동에 한숨을 쉼. 알파 오메가란게 참 대단하구나 저 강해준을 이 지경으로 만들다니. 성준이랑 준식이 마냥 잘 지내기에 다른 알파 오메가들도 그런 줄 알았던 베타인 세 사람은 지금 상황이 참 어이없으면서 안타까움.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해요?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장백기 불러서 얘기해야지. 백기씨가 놀랄텐데.... 지금 니가 그걸 걱정할 때냐고! 대리들은 해준을 두고 머리를 싸맴. 강대리 어떡해? 지가 말하게 해야 하긴 하는데.... 가만 놔두면 또 얘기 안 할 거 같은데 저거. 그렇다고 그냥 나둬? 안되지 초상 치를 일 있냐. 그럼 이렇게.... 그래 그게 낫겠다. 의견 조율을 마친 대리들은 저를 멍하니 바라보는 해준에게 돌아섬. 야 강해준 다음 주에 워크샵 있는거 알지? 어. 그거 끝날 때 까지 어떻게든 해결 봐. 장백기한테 얘기 하라고 안 그러면 우리가 장백기한테 쳐들어가서 얘기 할 거니까. 시간이 좀 모자란데 아직 마음의 준비가.... 그놈의 마음의 준비 하다가 늙어 죽겠다 새끼야. 스트레스로 사이클도 엉망이 되는 자식이 뭘 더 어떻게 참으려고, 송장 치우기 싫으니까 그때까지 얘기 안하면 우리가 장백기 불러서 말할 거니까 그리 알아. ..... 대답 안 해? 알았어. 농담 아니고 진짜다. 해준에게 최후통첩을 한 대리들은 해준을 남겨두고 옥상에서 내려감. 마지막까지 남아서 바보새끼 독한놈 돌은놈 욕을 퍼붓던 성준이 준식의 부름에 마지못해 내려가려 했을 때 준식의 시야에 남자의 구둣발이 들어옴. 그 구둣발은 준식의 시선을 눈치 챘는지 모퉁이 속으로 사라짐. 준식은 속으로 시발 누구야? 하면서 그 방향으로 몸을 기울임. 씨발 니가 왜 여기 있어? 준식이 발견한 사람은 준식을 보자 몸짓으로 준식에게 조용히 해 달라 부탁함. 그에 준식은 핸드폰으로 너 언제부터 여기 있었냐 써서 물어봄. 그 물음에 구둣발은 처음부터 있었습니다.....라고 대답함. 이걸 어쩌나. 구둣발을 앞에 두고 준식은 해준을 돌아봄. 허, 참나. 계속되는 성준의 부름에 준식은 조용히 나중에 부를테니까 잘 숨어있던지 가서 아는 체하던지 알아서 하라고 말을 남기고 내려감. 계단을 내려가면서 준식은 작게 혀를 참. 장백기 저건 이 타이밍에 왜 저깄냐;;
준식이 내려가고 백기는 한손엔 담배 한손엔 라이터를 들고서 벤치에 앉아 한숨을 쉬고 있는 해준을 바라봄. 강대리님이 내 각인 상대라고? 각인한 지 1년 가까이 됐다고? 담배 피러 올라왔다 들은 한 번도 상상 못한 일에 백기는 넋이 나감. 모처럼 혼자 편하게 담배를 피나 했더니 해준과 성준이 올라오고 제 얘기를 하기에 피려던 담배에 불이 붙이려다 말고 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더니 성준이 해준에게 화를 냄. 왜 내가 억제제를 먹는 거에 하대리님이 화를 내지? 이어 다른 대리들도 올라오고 해준이 혼자 각인을 하고도 1년 가까이 지났단다 허 강대리님이 저렇게 바보 같은 짓을 하며 진짜 독하다 싶었는데 어? 누구? 내가 아는 그 장백기? 철강팀? 니 부사수? 이 새끼야!!!!! 동식과 준식이 해준에게 화를 내고 있음. 누구? 나? 나??? 강대리님이랑 나? 백기는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떨어뜨림. 그 순간부터 백기는 준식이 자신을 발견할 때 까지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있었음. 있는 힘껏 인기척을 숨기고 있었는데 준식이 자길 발견하자 백기는 소스라치게 놀람. 백기가 당황해하니 준식이 조용히 숨어있던지 나가서 아는 체하던지 알아서 하라고 하고 내려가는데 알아서 하라니 더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음. 결국 해준이 내려갈 때 까지 숨어있던 백기는 해준이 내려가고 나서야 한숨을 돌림. 나랑 강대리님이랑 각인? 어떻게? 그 태도가 어디가 각인한 사람의 태도야? 근데 강대리님이 그런 걸로 거짓말 하실 분은 아닌데? 근데 다른 대리님들 앞에서 하시는 거 보니까 맞는 거 같기도 하고. 이제 어떻게 하지? 아는 척을 해야 하나? 대리님이 말씀하실 때까지 기다리고 있어야 하나? 기다리기엔 대리님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이는데. 아 좀 진작 말씀하시지. 내가 대리님한테 나쁜 짓을 한 것 같잖아. 백기는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발버둥 침. 결국 백기는 아무런 해결책도 찾지 못하고 옥상에서 터덜터덜 내려감.
사무실로 돌아온 백기는 해준을 흘긋 보면서 자리에 앉음. 대리님 얼굴 보기가 참 어색함. 억제제 덕분에 알파로 느끼지 않고 그냥 무서운 사수. 잘생기긴 했는데 무뚝뚝한 사람. 이정도로만 생각하며 지냈는데 내 알파, 내 평생 나를 품어줄 나만의 알파라. 알고 보니까 억제제를 먹고 있음에도 왠지 알파 페로몬이 느껴지는 거 같음. 어려서부터 각인 상대가 누굴까 만날 수 있을까 늘 궁금했었는데 이렇게 가까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음. 역시 세상은 넓고도 좁구나. 혹시 이상한 놈한테 각인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대리님 정도면 오메가 입장에서야 로또를 뽑은 거 같음. 장백기씨, 할 말 있습니까? 백기의 시선이 느껴졌는지 해준은 백기를 돌아봄. 아..아니 저... 할말 있으면 확실하게 말하세요. 그.. 대리님 잘생기셨습니다. 예? 해준은 뜬금없는 백기의 말에 못 알아듣겠단 표정을 짓다가 목부터 귀까지 새빨개짐. 장백기씨 그게 뭔 실없는 소리에요. 강대리님 얼굴 빨개진 것 봐. 백기가 또 어떤 실수를 해서 해준에게 어떻게 혼날까 귀를 기울이던 철강팀이 빵터짐. 크흠. 장백기씨 할 말 없다고 아무 말이나 둘러대지 마요. 아무 말 아닙니다. 진짜로 대리님 잘생기셨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으하하학 장백기씨 오늘 왜 이래 강대리 부끄러 죽을라 그러잖아ㅋㅋㅋㅋ일해요 장백기씨. 해준은 손으로 빨개진 얼굴을 부채질하며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함. 아까 그 대리님 모습이다. 잘 생기기만 한줄 알았는데 의외의 면도 가지고 계셨네. 어차피 다음 주 안에 말씀하실 거니까 약이나 줄여가면서 기다릴까? 백기는 해준이 얘기하기 전까지 해준을 좀 더 알아나 보자 생각하며 서류로 시선을 돌림.
백기가 해준에게 한방 먹인 건 다음날 사내 메신저를 타고 여기저기에 퍼짐. 그걸 각자 전해들은 대리들도 빵터짐. 장백기 이거 물건이네ㅋㅋㅋ 해준이 백기 입사 초에 배추 절이던 것 때문에 백기가 해준을 싫어하고 있으면 어쩌나 걱정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불호의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나 봄. 일단 한 시름은 넘겼는데 문제는 해준이 얘기를 언제쯤 할 것인가 하는 것인데. 그냥은 얘기 안 할 거 같고 자리를 깔아줘야 하나 싶어짐. 해준을 빼고 개설한 단톡방에서 대리들은 어떻게 할까 의논하고 있었고 그걸 보던 준식은 피식 웃음. 그렇게 걱정 할 필요 없다 이것들아. ....아니 있나? 장백기는 어떻게 하려는 거지? 준식은 전화를 들고 백기에게 직통으로 연결함. 철강 1팀 장백.... 됐고, 강해준이한테 얘기하지 말고 삼십분 있다 옥상으로 올라와. 삼십분 후 준식은 옥상에 올라감. 백기는 이미 와서 기다리고 있었음. 아 대리님 오셨습니까. 그래. 무슨 일로.... 뭐겠냐? 너 강대리한테 아는 척 할거냐? 아니요. 기다리려고? 네. 말 안하면? 그냥 제가 억제제 끊고 싶어서 끊었다 각인한 걸로 하려고요. 그래서 지금 억제제 줄이고 있습니다. 그래. 그럼 됐다. 근데 너 어제 강해준이 한테 한방 먹였더라? 네? 강해준한테 잘생겼다고 했다며? 아 그거요. 강대리님이 저한테 각인한 알파라는 걸 아니까 그냥 일 관련이 아니면 조금 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될 거 같아서... 그거 알지. 니가 나한테 각인됐는데 본딩 됐는데 어쩔 거냐 하는 거 나도 하성준이랑 본딩하고 한동안 막나갔었지. 너나 나나 알파 운 하나는 좋네. 내 친군 개차반 알파 만나서 결국 연락 끊겼거든. 저도 그런 친구 몇 있습니다. 하려던 말이 끝나자 둘은 오메가라는 공감대로 대화를 이어감. 볼일도 다 봤으니 이제 내려가라. 아, 아마 내일이 술 먹을 거 같다. 거기서 또 막나가 보던가. 재미난 구경 좀 하자.
술은 금요일에 먹기로 결정이 났음. 준식에게 연락은 받은 백기는 해준에게 대림 이번주 금요일 시간 되십니까? 하고 물어봄. 시간이요. 됩니다만 왜요? 백기는 대답을 하는 해준을 가만히 바라봄. 대리님 얼굴 좋아보이네 기분 좋은 일 있으신가? 성대리님께서 이번주 금요일에 사수 부사수끼리 모여서 술 한잔 하자고 하셔셔요. 아.... 그럼 대리님께서도 시간 되신다고 전해드리겠습니다ㅁ^ㅁ. 백기는 준식에게 카톡을 보냄. 강대리님 시간 된다고 하세요. 준식에게 연락을 하고 난 후 다시 일을 시작하려는데 해준이 백기를 부름. 백기씨 그게 답니까? 예? 할 말이 그게 다냐구요. 네. 답니다만... 알았습니다. 그럼 일 보세요. 백기는 의아함. 갑자기 해준에게서 칼바람이 붐. 거기다 표정도 안좋아보임. 기분이 안좋아지신거 같은데 왜지? 백기는 해준의 기분이 다운되자 안절부절함 왠지 나때문인거 같은데 이유를 찾아서 풀어드리고 싶은데 아무리 고민을 해도 답이 나오지 않음. 그래서 준식에게 sos를 보냄. [성대리님. 성대리님. 왜? 저희 대리님이 저때문에 기분이 상하신거 같은데 이유를 모르겠습니다ㅠㅠ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저희 대리님이랑 친하시잖아요ㅠㅠ 좀 도와주세요] 허 이놈보게? 준식은 백기의 sos를 보고 웃음. 같은 오메가라 다른 신입들보다 좀 챙겨주긴 했지만 연애코치를 해 줄 만큼 친근감 들게 챙겨주진 않았는데 요즘들어 이놈이 저를 부쩍 편해함. 중간에 해준이 껴서 그런가.. 다른 놈들 같으면 그냥 귀찮 껒ㅗ 했겠지만 해준의 상태가 상태라 그냥 무시할 수가 없음. 준식은 한숨을 쉬고 백기에게 되물음 [너는 뭐라고 했고 강해준이는 뭐라고 했는데? 금요일에 시간 된시냐고 여쭸고 그 다음엔 성대리님 말씀 전했구요 그 다음에 강해준이 뭐라고 했는데? 그게 다냐고 물어보셨는데 ... 아... ;;;; 성대리님 저 지금 강대리님 비행기 태웠다 떨어트린거 맞죠;; 하이고 하나는 호구에 하나는 눈새에 아주 잘들 논다? 성대리님 어떡해요;;; 어떡하긴 니가 풀어줘야지 원인 알았으니 이제 됐네 잘 풀어줘라 나 이제 일할 거니까 너님 차단ㅃ2] 준식은 백기를 차단 시켜놓고 대화창을 바라봄. 허허허허허 미친 석율이 계속 허허 웃고있는 준식을 미친놈 보듯이 봤지만 그냥 무시함. 저 소시오패스들이 자리를 안깔주면 뭘 못하나 귀찮게스리
우와 나 지금 대리님 희망고문 한거? 준식과 카톡을 마치고 백기는 영혼이 빠져나가는 기분을 느낌. 대리님은 내가 데이트를 신청하는 걸로 생각하셨던거 같은데 죄송해서 어쩌지... 백기는 해준을 힐끔 바라봄. 많이 실망한거 같음. 표가 좀 많이 남. 입은 굳어있고 눈썹은 쳐져있고 시선은 여기저기 방황하고 있고. 다인이 해준에게 기분 안 좋은 일 있으시냐 물어볼 정도로. 아 망했다ㅠㅠ 얼른 대리님 기분 풀어드려야 하는데 어떻게 풀어드리지? 데이트 신청인 줄 아셨다 실망하신거니까 데이트로 기분 풀어드려야 하나.. 근데 대리님이랑 둘이서 뭘하지? 학창시절 스펙을 쌓느라 제대로 연애를 해보지 못한 백기는 쉽게 데이트 코스를 정하지 못함. 상대가 해준이라 정하기가 더 힘듬. 그래서 결국 동기들에게 조언을 구함. 한석율씨 알파랑 데이트 할때는 뭘 하는게 좋습니까? 올 백기씨 지금 나한테 데이트 신청하는거? 아니거든요. 에이 아쉽네 백기씨 누구랑 데이트하게? 누군진 왜 궁금해요? 그래야 맞춤 컨설팅을 해주지. 그냥 보편적인 걸로 추천해줘요. 프라이버시 공개하기 싫네요. 클래식한건 영화죠. 로멘스나 공포. 근데 백기씨 상대 알파 기분 좋게 해주려면 공포영화가 나을거 같네요. 영이가 대신 답을 함. 으... 공포는 좀. 뭐 공포영화도 괜찮지 근데 왜 콕찝어 공포영화야 영이씨? 백기씨 공포영화 못봐요. 그것도 많이. 그럼 딱 좋네. 무서워서 떠는 오메가 손도 잡아주고 안아서 달래주고 그러다 잘하면 역사도 쌓고 한석율씨! 농담이야 농담ㅋㅋㅋㅋ 근데 백기씨 공포영활 못보다니 의외네 귀여워 놀리지마요 그러게요 백기씨 가만보면 귀여운 면이 많아요 그래씨! ㅋㅋㅋㅋㅋ 셋이 백기를 놀리면서 왁자지껄 떠들고 있을때 밖에서는 동식과 성준이 식은땀을 흘리고 있음. 누구냐 누구랑 데이틀 하려는 거냐ㅇㅅ;ㅇ;;;;; 근데 데이트 신청을 어떻게 할지도 고민이에요. 친구가 영화 줘서 같이 볼 사람 필요하다고 보자고 해요. 좌석은 커플석으로ㅋㅋㅋㅋ 아직 자연스럽게 커플석 앉을 사인 아닌데... 그럼 데이트 신청 거절하는거 아니에요? 아뇨. 거절은 안할거 같아요. 오 백기씨 자신감이 넘치는데? 그럼 이렇게 해서 저렇게 하고 블라블라....영화는 뭘로 할까요? 밖에서 두 대리가 공포에 떠는 줄도 모르고 네사람은 신나게 영화를 고르고 있음.
대리님 토요일에 시간 되세요? 해준의 눈치를 보던 백기가 해준이 일을 하나 마치고 쉬는 시간을 갖자 해준에게 물음. 아니요 없습니다. 아.... 없어요. 일이나 하세요. 어? 지금 까인거? 백기는 생각지 못한 상황에 당황함. 진짜 시간 없으세요? 네 없습니다. 일합시다 장백기씨. 해준에게 까인 백기는 축 쳐져서 핸드폰을 꺼냄. 까였다... 까였어... 대리님 많이 화나셨나봐... 이건 어쩌지 취소해야 하나... 인터넷에 들어가 예매취소창을 연 백기는 예약 취소를 망설임. 그때 그래와 석율이 백기에게 다가옴. 백기씨 뭐해? 예매취소? 백기씨 데이트 까인 거에요? 아니 이사람들이! 둘은 백기를 놀리며 위로함 둘다 조용히해요;; 뭘 그렇게 부끄러워 해 사람이 살다보면 데이트 한번쯤은 까일수도 있지 안그래 장그래? 맞아요 데이트도 한번 까여보고 하는거죠. 너무 실망하지 마요. 아 좀 조용해 하라구요;; 왜 대리님 보기 창피해서 그래? 에이 사수를 그렇게 어려워하면 쓰나? 강대리님 우리 백기씨가 데이트 까였데요 흑흑 누군진 몰라도 백기씨같은 우성 오메가를 까다니 그 사람도 참 대단한 사람이죠? 백기씨 걱정하지마 혼자 보기 무서우면 내가 같이 봐줄게. 오빠만 믿어?! 석율이 백기의 어깨에 손을 얹으려다 휘청함. 해준이 백기를 의자채로 자기에게로 끌고왔기 때문임. 한석율씨가 같이 봐줄필요 없습니다. 백기씨 데이트 안까였어요. 땡땡이 치지말고 가서 일이나 하세요. 해준이 석율을 노려보면서 말함. 볼일 다 끝났으면 두 사람다 가서 일을 하는게 어떨까요? 해준의 날카로운 눈빛과 함께 풍겨오는 해준의 페로몬에 석율을 숨이 막히는 기분을 느낌. 네... 그래씨 갑시다. 석율은 그래를 끌고 자리를 뜸. 워우씨 강대리님이 맨날 나한테 페로몬으로 위협하던 이유를 이제야 알았네. 그게 무슨 소립니까? 강대리님이 아오.. 백기씨가 데이트 신청하려던 사람이 강대리님이란 소리야 그래씨. 강대리님이요? 그래 우린 방금 본의 아니게 데이트 까인 백기씨를 도와줬고.. 백기씨 강대리님 불편해 하던거 아니었습니까? 나도 몰라 알파 오메가가 붙어있다 보니가 정분 났나보지. 강대리님은 꽤나 일찍인거 같고 아니 처음부턴가....석율을 몸을 부르르 떰 그래씨 난 앞으로 철강팀 얼씬도 안할래. 잘못하면 강대리님한테 죽을지도 몰라;;; 석율과 그래가 가고난 후 해준과 백기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로 업무를 봄. 해준은 서류를 꺼꾸로 들고있고 백기는 펜을 꺼구로 잡고 있음. 백기씨 저 주말에 시간 많이 있습니다. 아깐 그냥 기분이 안좋아서 그런겁니다. 다음부턴 시간 있냐고 안 물어보고 바로 용건 얘기해도 됩니다. 네... 토요일 몇시까지면 됩니까?[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얘 왜이래?/미쳤음?/도배하지마 시끄러/나 영화본다/근데 상태가 왜 이럼/백기씨랑 영화봄/잘됐네/좋냐?/좋다/누가 먼저 보자고 했게/장백기구먼/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아 도배하지 마시라니까요/부러우면 부럽다고 말해 솔로들아/저게ㅡㅡ/강대리님 계속 이러시면 진짜 톡방에서 쫓아내요]다른 대리들이 카톡창을 보며 성질내고 있을때 동식과 성준은 가슴을 쓸어내림. 워우 존나 다행이다
그리고 대망의 토요일 백기는 잠에서 깸. 아으 머리야... 지금 몇시지? 깨질것 같은 머리를 부여잡고 시계를 찾음. 오늘 대리님이랑 영화보러 가야하는데... 꽤나 오래 잔거 같은데. 아무리 손을 휘저어도 시계가 잡히지 않아 조금 짜증남 아 진짜 결국 잘 떠지지 않는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방문에 열림. 문이 열려? 걱정 안해도 됩니다. 아직 열두시 밖에 안됐으니까. 영화는 저녁에 보기로 했잖아요? 열린 문 뒤에 해준이 서있음. 안경이 없어 잘 보이지 않는지 눈을 찌푸린 백기는 그 자리에서 굳음. ..... 백기씨? 강...대리님? 네 접니다. 그제서야 백기는 주변의 상황이 눈에 들어옴. 처음 보는 벽지. 처음 보는 가구. 처음 보는 편한 차림의 대리님. 처음 입고있는 잠옷. 잠옷? $@%#$!!!!!! 화들짝 놀란 백기는 이불을 뒤집어 써버림. 백기씨?! 대리님 여기 어딥니까? 제 집입니다. 네? 제가 왜 여기 있습니까? 제 옷은 왜 갈아입혀져 있구요? 이불 밖으로 얼굴을 살짝 백기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서 금방이라도 울듯한 표정으로 해준을 바라보았고 해준은 그런 백기의 표정에 당황함. 백기씨 놀라지 마요 아무 짓도 안했습니다;; 그냥 옷 구겨질까봐 갈아입힌 겁니다. 그리고 백기씨가 여기 있는건 꽐라가 되서 집 주소도 알려주지 않는데 다른 사람들이 백기씨 안데려 간다고 그래서 제 집으로 온거구요. 백기씨 정말 아무 짓도 안했어요;;; 진짜요? 진짭니다. 다행이다. 대리님 제가 어제 실수하거나 하진 않았습니까? 기억이 드문드문 끊겨서....크게 실수한건 없었습니다. 그럼 작은 실수는 했다는 말....일단 이불 밖으로 좀 나오세요 백기씨 배 안고픕니까? 어...고프네요 해준의 말에 백기는 꼬르륵 소리가 나는 배를 자각함. 저 얼마나 잤습니까? 한시 쯤에 들어왔으니까 열시간은 넘게 잤죠. 죄...죄송.. 아뇨 백기씨가 죄송할 거 없습니다. 상 차려 놓았으니 나와서 점심 먹어요. 백기는 해준이 나가고 쭈뼛쭈뼛 자리에서 일어남 해준이 뒤로 돌아 나가자 백기는 잠옷을 슬쩍 들춰봄. 해준은 믿지만 알파는 좀 완전히 믿기 그럼. 해준이 알면 억울해서 죽으려고 하겠지만 불안한건 어쩔 수 없음. 정말 아무 일도 없었음을 안 백기는 다시 한번 해준에게 감탄함. 우와 대리님 정말 대단하시네. 내가 정말 알파 하나는 잘 만났구나. 침실에서 나온 백기는 집안에 퍼진 맛있는 냄새에 군침이 도는 것을 느낌. 주방으로 가자 식탁엔 온갖 음식들이 한상 가득 차려져 있었음 우와 대리님 이걸 혼자 다 하신 겁니까? 힘드셨을거 같은데 식탁에 앉은 백기는 입을 쩍 벌림. 아뇨 별로 안 힘들었습니다 평소에 이 장돈 차려놓고 먹어서. 우와. 어서 들어요. 네 잘먹겠습니다. 먹음직한 반찬에 허기까지 더해진 백기는 해준이 차린 음식을 맛있게 먹음. 덕분에 해준은 신남. 음식을 못하는 건 아니지만 평소 오늘처럼 한상 가득 차려 먹는다던가 그렇지는 않았기 때문에 아침부터 힘이 들긴 했지만 고생한 보람이 있었음. 지난주에 올라오신 어머니가 밥좀 제대로 해먹으라며 냉장고에 반잔거리를 한가득 채워두셨던게 오늘 빛을 봄. 맛은 괜찮습니까? 맛있습니다! 해준의 물음에 백기는 고개를 끄덕거렸고 덕분의 해준의 입꼬리가 눈에 띄게 올라감. 대리님 생각보다 잘 웃으시는구나 대리님도 식사하셔야죠. 네 먹을 겁니다. 백기의 말에 해준도 수저를 들긴 했지만 해준은 백기를 보느라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몰랐음. 보기만 해도 배부르다는게 이런 기분이구나 느끼고 있었음. 자신이 음식을 칭찬하자 풀어진 해준의 얼굴에 백기는 밥 먹는 내내 음식의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그에 해준은 주변 사람들이 보면 저거 죽을 때가 됐나 하고 혀를 찰 일이었지만 백기가 밥을 먹는 동안 입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음. 많이 먹어요 백기씨.
점심을 다 먹고 두 사람은 같이 설거지를 함. 해준은 백기를 말렸지만 백기가 이것까지 대리님이 혼자 하시면 너무 죄송하다고 울상을 짓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둘이 같이 함. 둘이 그렇게 설거지를 하는데 해준은 백기를 흘끗흘끗 바라봄. 늘 바로 옆에서 보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건 처음임. 안경 속으로 보이는 눈과 속눈썹이 참 이쁘고 작게 벌린 입술과 그 속으로 보이는 앞니가 참 귀여움. 아 맛있겠다. 해준은 백기를 보면서 입맛을 다심. 백기씨. 네? 옆에서 움찔울찜 해준의 눈치를 보던 백기가 해준의 부름에 돌아봄. 잠깐 실례. 해준의 손이 백기의 얼굴로 올라가 안경을 벗김. 대리님? 해준의 행동에 당황한 백기가 해준을 부르다 눈을 질끈 감음. 해준의 얼굴이 다가왔기 때문임. 쪽 쪽 해준의 입술이 가볍게 백기의 입술에 닿음. 백기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림. 해준의 입술이 위로 올라감 양 눈에 가볍게 닿았다 떨어짐. 얼굴이 빨개진 백기가 해준이 떨어지는 걸 느꼈는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고 그 틈을 놓치지 않은 해준이 백기의 입술에 달려들어 백기의 입 안에 자신의 혀를 집어넣음. 흐읍! 당황한 백기가 해준을 밀어내려 팔을 올렸지만 해준 혼자 저에게 각인한 상태란걸 기억하고 해준을 밀어내지 못한 채 어정쩡하게 팔을 올린 상태로 해준의 키스를 받음. 해준은 백기를 잡아먹을 듯 키스했고 이렇게 진한 키슬 받아본 적 없는 백기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숨이 모자라 해준의 가슴을 가볍게 두드림. 왜요...떨어지는 해준의 얼굴에 불안이 어림. 숨이.. 숨이 모자랍니다. 아 백기씨 귀엽네요. 백기가 저를 거부한게 아니란 사실과 다른 사람의 손을 타지 않았단 사실이 알파의 소유욕을 채워 해준은 기분 좋게 웃음. 수간 어리는 알파의 웃음에 백기는 제가 알파와 단둘이 있다는 사실을 상기함. 대리님.. 저 집에 좀... 그냥 저녁까지 같이 있으면 안됩니까? 정장 입고 데이트 하기는 좀 그렇잖습니까 집에 가서 갈아입고.. 그럼 같이 사러 갑시다. 네? 난 백기씨랑 계속 같이 있고 싶고 백기씨는 옷을 갈아입어야 겠다니 갈아 입을 옷 사자는 겁니다. 제가 백기씨한테 선물 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설거진 제가 마무리 지을테니 백기씨는 씻어요. 백기는 해준에게 밀려 얼떨떨한 상태로 욕실로 들어감. 백기는 욕실 벽에 가볍게 머리를 박음. 해준이 제게 각인돼서 제 눈치를 살피는 모습에 해준이 알파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음. 조금 전 숨이 모자르지 않았다면 분명 그대로 끝까지 갔을 거임. 예전에 석율이 술자리에서 농담으로 얘기했던 남자가 옷 사주면 그건 그 옷 벗기고 싶어서 선물하는 거라던 말이 생각남. 어쩌지... 해준의 키스가 싫지 않았음. 백기는 석율의 말대로 정말 오늘 만리장성을 쌓을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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