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로 넘어가는 토요일 밤. 어둡고 외진 골목을 두 남자가 걸어가고 있다. 후, 하, 길이 험한 골목이라 힘든지 키큰 쪽이 투덜거리고 있었고 상대적으로 좀더 작은 남자는 투덜대는 사람을 달래고 있었다.


"언제나 느끼는 건데, 장그래 이사 좀 해라."

"왜요 또."

"힘들잖아. 거기다 너무 어둡고."


결국 못 참겠는지 키큰 남자 한석율이 걷다가 멈춰서 자신을 달래주던 남자 장그래에게 본격적으로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장그래 몸도 힘들고 안전도 걱정돼서 싫어. 저 남잔데요. 남잔 뭐 안 위험해? 저 요르단 가서.. 그건 얘기하지마 내가 장그래 머리에 반창고 보고 얼마나 놀랐는데 생각만 해도.. 어으.. 좋지 않은 기억이 떠올랐는지 석율을 몸을 부르르 떨었고 그 모습에 그래는 입을 닫았다. 솔직히 이건 할말이 없다. 출장 간 연인이 다쳐서 오면 놀라지 않을 사람이 없기에. 이 얘기가 계속 이어지면 저가 말려들 것을 알기에 얼른 석율에게 미안하다 사과하며 말을 이었다.


"어쨌든 전 안힘듭니다. 오래 살아서 아무 문제 없어요."

"넌 젊어서 안 힘들지. 너희 어머니는?"


석율의 입에서 그래의 어머니 얘기가 나오자 순간 반사적으로 괜찮아요라고 대답을 하려던 그래의 입이 열리다 굳었다. 이건 그래 본인도 걱정하던 것 이었기 때문이다. 겨울에 눈이라도 오면 회사에서 늘 어머니가 걱정됐고 날이 풀린지 오래 되었지만 비라도 오면 만에 하나라도 미끄러지지 않을까 걱정하기 때문이다.


"아... 엄마는 좀 힘들어 하시긴 하는데.."

"거봐, 그러니까 이사해. 돈 모아놓은거 있잖아."

"지금 사는집 만큼 사려면 어림도 없어요."

"전세로, 어머니 혼자 지내실 정도는 가능하지 않아? 어머니 안전한데 모시고 장그래는 우리집에 들어오고."

"그게 목적입니까."

"뭐, 겸사겸사."

"한석율씨가 그렇게까시 생각해준다니 고맙긴 한데 괜찮겠습니까?"

"뭐가?"

"한석율씨 허리."


세심한 연인의 배려에 웃으며 그래는 석율에게 다가가 그의 허리에 손을 둘러 어제 혹사시킨 허리를 살살 쓰다듬으며 낮게 목소리를 깔았다. 노골적인 그래의 손길에 석율은 움찔하며 뒤로 물러났다. 그 와중에도 잡고 있던 손은 놓지 않아 그래는 이런점이 귀엽다고 그래서 놀리는게 재밌다고 생각했다


"설마 우리 장그래가 그렇게 짐승이.. 맞는데. 그래도 좀비상태면 좀 봐주지 않을까?"

"..."

"아냐?"

"아마도?"

"음.. 당분같은 따로 살자. 아직 빠른거 같아."

"풉!"

"웃지마, 장그래. 난 지금 생명의 위협을 느꼈어."

"아쉽게 됐네요. 그냥 덥썩 잡을걸 그랬나?"

"몰라."

"기분 풀어요. 난 이것도 꽤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외지고 어두우니까."


부루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석율과 잡고있는 손을 깍지를 풀어 진득하게 쓰다듬으며

"이렇게 안심하고 손도 잡고"

뒷목에 손을 얹어 끌어앉았다. 삐죽 내밀고 있는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대고 혀를 내밀어 핥았다. 갑작스런 그래의 입맞춤에 석율은 입을 벌렸고 그래는 그틈을 놓치지 않고 제 혀와 석율의 혀를 얽었다. 어두운 골목은 너무 조용해서 두 사람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적나라하게 알려주었고


"이렇게 키스도 하고."

"장그래, 그래야. 오늘 내집에서..."


젊은 연인에게 뜨거운 밤을 선사해 주었다.

Posted by 정석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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