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모 그룹의 틱모 노래를 듣다가 떠올라서 쓴 글입니다. 퇴고없이 바로 쓴 거라 오타랑 비문 작렬할거 같아요. 철강이라고 쓴건 이거 쓴 저도 이게 해준백긴지 백기해준인지 딱 구분이 안돼서...해백인지 백핸진 느끼는대로 원하는대로 생각하며 읽으시면 될겁니다. 근데 어째 해백 글 올리는게 다 죽어ㅇㅅ;ㅇ
철강 1팀 강해준대리는 네이머이다. 신체 어느 한 곳에 운명의 상대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 사람. 그는 자신의 손등에 네임이 나타난 순간부터 손등에 강해준 제 이름 석자를 가진 사람이 제 앞에 나타나주길 바랬다. 이 기다림은 십수년 동안 이어졌다. 이 기다림이 십년을 넘어가면서 강해준에게 언제까지 어린아이처럼 꿈을 꾸냐고 포기를 종용하는 사람도 생겼지만 강해준은 철강처럼 굳건했다. 철강팀에 새 인원이 충원될 때마다 강해준의 주변 사람들은 그들의 손등을 유심히 관찰했지만 손등은 깨끗했고 아무런 반응이 없는 강해준대신 아쉬워해주고 슬퍼해주었다. 여느때처럼 철강 1팀엔 새 인원이 신입사원 장백기가 충원되었고 그의 손등 역시 깨끗했다. 장백기는 강해준과 크고 작은 충돌을 일으키면서 철강 1팀이 되었고 강해준이 과장으로 장백기가 대리로 승진하던 날 장백기의 손등에 자신과 운명의 상대만 알아볼 수 있는 그 네임이 나타났다. 사람들은 두 사람의 손등에 많은 관심을 나타냈지만 두 사람은 입을 열지 않았다. 그리고 일주일 후 장백기가 붕대를 감은 손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장백기가 떠나고 두달 후 강해준은 세상을 떠났다.
강해준의 장례식장에서 그의 동기들은 술잔을 기울이며 마지막으로 본 강해준을 떠올렸다. 내 네임 백기씨였어. 백기씰 처음 봤을때 이름을 듣고 기뻤는데 백기씨의 손등이 깨끗했어. 백기씨 손등에 나타나는 이름이 내가 아닐까봐, 이미 그 사람 손등말고 다른 곳에 다른 사람의 네임이 있을까봐 무서워서 백기씨한테 아무 말도 못했어. 그리고 그게 백기씨를 힘들게 했고. 백기씬 날 보자마자 내 손등에 있는 네임을 알아봤대. 근데 내가 아무말도 없으니까 혼란스러웠다고, 슬펐다고 하더라. 그래서 더 심하게 반항했다고. 지금껏 장백기를 기다렸다면서 왜 자길 봐주지 않냐고 당신이 기대한 장백기와 너무 달라서 실망했냐고. 당신이 하라는대로 하면 언젠가 물어봐 주겠지 생각하면서 내 말을 듣기 시작했다고 하더라. 우리 둘이 점점 가까워지면서 하루 하루가 천국이고 지옥이었다고. 오늘은 물어봐줄까 내일은 물어봐줄까. 그러다 자기 손등에 내 이름이 나타나던 날 울었대. 기쁘고 슬프고 비참해서. 역시 나잖아 당신 운명의 상대가 나 맞잖아. 근데 왜 당신은 어떻게 단 한번도 확인을 안할 수 있냐고 나한테 자긴 대체 뭐냐고. 그래서 이젠 내가 어떻게 나올지 봐야 겠다고 일부러 말하지 않았다고 했어. 이때 내가 백기씨한테 갔어야 했는데 용기를 냈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어. 무서웠거든 기뻤는데 그만큼 무서웠어 지난 시간동안 내 손등에 있는 자기 이름을 보면서 백기씬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내가 자길 싫어한다고 생각했을까. 왜 백기씨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 내가 싫어서 말하지 않은걸까? 지난 시간동안 입다물고 있던 내가 이제와서 백기씨 앞에 나서도 될까? 무서워서 겁이나서 그 일주일을 그냥 날려버렸어. 그랬더니 백기씨가 네임을 덮고 사직서를 내더라. 그제서야 또 겁이나서 백기씨한테 매달렸는데 너무 늦었어. 그 일주일이 세상에서 제일 끔찍했대. 내가 너무 좋은데 밉고 날 사랑하는 자기가 너무 비참해서 죽을거 같다고. 가지 말라고 날 버리지 말아달라ㄷ고 빌었는데 안되더라 더이상 날 볼 수가 없다고 내가 없는곳에 있어야 살 수 있다고 그냥 놔달라고 백기씨가 울었어. 더이상 날 보면 날 증오할거 같다고 죽을 거 같다고. 그 소리에 또 겁이나 백기씰 보내줬어. 난 백기씨 없인 안되는데 백기씬 내가 있으면 안된대. 난 이제 어쩌지?
강해준의 마지막 말이 그의 동기들의 가슴을 후벼팠다. 어쩌긴 어째 개새끼야 살아야지 살았어야지. 너 없어야 산다고 했다고 이 세상에서 영영 사라지는 새끼가 어디있냐고 강해준의 영정사진 앞에서 울부짖는 그들을 아무도 말리지 못했다. 그렇게 강해준과 그의 첫 사랑이 묻히고 일년 정희석에게 장백기의 부고를 전하는 하성준의 어깨에는 핏자국이 한가득 이었다.